zen5852.egloos.com

하늘 정원

포토로그 공지




프리드리히 니체 Reading



밤이다.
이제 솟아오르는 샘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나의 영혼 또한 솟아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야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잠에서 깨어난다.
나의 영혼 또한 사랑하는 자의 노래다.
내 안에는 진정되지 않은 것, 진정시킬 수도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이제 소리 높여 말하고자 한다.
내 안에는 그 스스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사랑을 향한 갈망이 있다.

나는 빛이다.
아, 내가 밤이라도 된다면!
내가 빛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이것이 나의 고독이다.
아, 내가 어둡고 밤과 같은 것이라면! 그러면 내 얼마나 빛의 젖가슴을 빨려 했겠는가!
저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여, 그리고 반딧불들이여,
나는 너희들도 축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의 빛을 받아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의 빛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내게서 솟아 나오는 불꽃을 내 안으로 되마신다.
나는 받는 자들이 누리는 행복을 모른다.
나는 때때로 훔치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나의 손은 베풀기만 할 뿐 쉴 줄 모른다. 이것이 나의 가난이다.
나는 기대에 찬 눈을 보며 밝게 빛나는 동경의 밤을 본다. 이것이 나의 질투다.
오, 베푸는 모든 자의 불행이여! 오, 내 태양의 일식이여! 오, 갈망을 향한 갈망이여!

오, 포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게걸스러운 허기여!
그들은 나에게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내가 그들의 영혼에 닿기라도 했을까?
받는 것과 주는 것 사이에는 틈새가 있다.
그리고 가장 작은 틈새가 가장 늦게 다리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나의 아름다움에서 허기가 자라나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빛을 비춰준 그들에게 고통을 주고, 내가 베푼 자들의 것을 빼앗고 싶다.
 
나는 이토록 악의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 때, 나는 내 손을 거두어들인다.
쏟아져 내리면서도 머뭇거리는 폭포처럼 나는 망설인다. 나는 이토록 악의에 굶주려 있다.
이 같은 앙갚음을 나의 충만은 생각해낸다. 이 같은 술수가 나의 고독에서 솟아 나온다.
베풂으로써 내가 누리는 행복은 그 속에서 소멸하고 말았으며

나의 덕은 넘치는 풍요로 인해 스스로가 지겨워졌다!
베풀기만 하는 자의 위험은 그가 수치심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나누어주기만 하는 자의 손과 심장은 나누어주는 일로 못이 박힌다.
나의 눈은 애걸하는 자들의 수치심으로 인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나의 손은 가득 채워진 손들의 떨림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굳어 있다.
내 눈의 눈물과 내 마음속의 부드러운 솜털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

오, 베푸는 모든 자들의 외로움이여! 오 불을 밝혀주는 모든 자들의 침묵이여!
많은 태양이 황량한 공간 속에서 돌고 있다.
일체의 어두운 것들에게 그들은 빛으로 말하지만, 내게는 침묵한다.

오, 이것이 빛을 발하는 자에 대한 빛의 적개심이다. 빛은 무자비하게 그의 길을 운행한다.
빛을 발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심사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채
그리고 다른 태양들에게는 냉혹하게 저항하면서 저마다의 태양은 그렇게 운행한다.
폭풍처럼 태양들은 그들 자신의 궤도를 날아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운행이다.
그들은 그들의 가차없는 의지를 따른다. 이것이 그들의 냉혹함이다.

오, 어두운 자들이여, 밤과 같은 자들이여, 너희들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에서
너희 자신의 따뜻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 너희들이 처음으로 빛의 젖가슴에서 우유와 청량한 음료를 빨아들인다.
아, 얼음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내 손은 이 얼음장같은 것에 화상을 입는다!
아, 내 안에는 갈증이 있고 그 갈증이 너희들의 갈증을 애타게 사모하고 있다.

밤이다,
아, 내가 빛이어야 하다니! 그리고 밤과 같은 것에 대한 갈증이여! 그리고 외로움이여!
밤이다, 이제 나의 열망이 내게서 샘물처럼 솟구쳐 오른다. 말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밤이다.
이제 솟아오르는 샘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나의 영혼 또한 솟아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야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모두 잠에서 깨어난다.
나의 영혼 또한 사랑하는 자의 노래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했다.

-Fridrich W. Nietzsche , 밤의 노래-


'짤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0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