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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의 음악동네 Scrap

<주철환의 음악동네>서른도 안 된 승리 '여기까지'..

일흔일곱 할담비는 '여기부터'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미쳤어’

한때는 내 이름이 싫었다.

 ‘조촐한’으로 들려서다.

생각을 바꿔준 친구가 있다.

 “내 귀엔 ‘투철한’으로 들려.” 그리고 다정하게 물었다.

 “조촐한 게 왜 나빠.” 사전을 뒤져보니 조촐한 건 아담하고 깨끗함,

 투철한 건 밝고 정확함이었다.

기분이 맑아졌고 친구가 좋아졌다.

소개할 때마다 조촐함과 투철함을 섞어서 하니 친근함도 뒤따랐다.


이름처럼 살기가 쉽진 않다.

음악동네에 큰불이 났는데 등장하는 예명이 승리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가 부른 노래 제목이 생각났다.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

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20만 명의 군중이 함께 불러

 세상을 바꾼 노래다. 존 바에즈가 선창했다.

당시엔 고난과 불의를 이기는 게 승리였다.

 배우고 겪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누군가를 무너뜨려 이기는 것보다 내 속에 잠입한 쾌락과 유혹을 이기는 게 진짜 승리다.

인생은 위기와 기회가 배턴 터치하는 릴레이다.

그러니 ‘위기가 기회’란 제목만 읽고 책을 덮어선 곤란하다.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기회가 위기’라는 단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과 쾌락이 엉킨 기회 다음에는 반드시 위험과 위기가 순번 대기 중이다.


“여러분 사랑해요.” 무대 위에서 아이돌은 합창하듯 인사한다.

씩씩해서 보기 좋다.

가끔은 의문이 든다.

저건 누가 가르쳐준 걸까.

저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다시 승리를 생각한다.

불멸의 사랑은 있어도 영원한 승리는 없다.

‘철없는 생각/시간이 흐르면/그땐 이미 늦은 걸/모든 것을 주는/

그런 사랑을 해봐/받으려고만 하는/그런 사랑 말고’

(녹색지대 ‘사랑을 할 거야’ 중).


승리는 연예계 은퇴 입장을 밝히면서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이기는 게 목표인 삶은 ‘여기까지’일 수밖에 없다.

화려했던 시절의 노래가 먼지처럼 날린다.

‘천천히 잊어 줄래/내가 아파할 수 있게/모든 게 꿈이길/

이것밖에 안 되는 나라서’(빅뱅 ‘거짓말’ 중).


서른도 채 안 돼 ‘여기까지’라며 고개를 숙인 청년이 있는가 하면

일흔일곱에 ‘여기부터’라고 선언한 노인도 있다.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손담비(사진 왼쪽) 커버댄스를 추며

 ‘미쳤어 내가 미쳤어’를 부른 ‘할담비’ 지병수(오른쪽) 씨다.

아마 옛날 같으면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분은 진짜로 미친 걸까. 돈에 미치고 정욕에 미쳤다면

할아버지도 어디쯤에선가 멈췄을 것이다.

 

생활에선 사회복지관 자원봉사자, 생계에선 기초수급자인 그가

만약 노래자랑에서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8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이애란 ‘백세인생’ 중)를 불렀다면

이렇게까지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


‘백세인생’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로 끝난다.

민요 ‘아리랑’에는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십리’에 관해 궁리했다.

인간은 몇 리까지 가야 만족할까. 욕망은 몇 리에서 멈춰야 적당할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수 밥 딜런도 일찍이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가야/그는 사람이라 불리게 될까’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그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in the wind)’

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 노래는 앞서 말한 워싱턴 대행진에서 피터 폴 앤 메리도 불렀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의 많은 ‘리(理)’ 중에서 우선 일곱 개를 골랐다.

원리, 논리, 의리, 도리, 윤리, 법리, 합리. 그런데 승리는 없다.

뒷줄의 ‘빅3’는 진리, 순리, 섭리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순리는

우리를 평화롭게 하고 섭리는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https://entertain.v.daum.net/v/20190404111026802



주철환 PD님, 명쾌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인문학적인 관점의 해석에 신선한 자극이 듭니다.


누군가를 무너뜨려 이기는 것보다

내 속에 잠입한 쾌락과 유혹을 이기는 것이 진짜 승리입니다.

또한, 이름에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겠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여운이 남습니다.

다시한번 되뇌어 봅니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순리는 우리를 평화롭게 하고

섭리는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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