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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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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rdin de mi papa Monologue









엿가락처럼 늘어져 집에 들어오셨다.
별을 품고 나가셨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되어 귀가하신 아버지,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연거푸 피우신다.
담배 꽁초를 힘없이 깨물고
캄캄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넋을 잃은 눈빛,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별도 달도 숨어버린 나무가지에는
바람소리만 가득하고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연기는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하 듯
허공으로 정지없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아, 누가
그 누가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만들었을까...

밥상앞에 앉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어둠이 내리고
고요한 밥상에는 아버지의 뼈아픈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괜찮다 괜찮다"며
"살아있는 사람의 입에 거미줄치지 않는다"며
술잔을 채우는 어머니의 위로.

누가 아버지의 술잔에 눈물을 채웠는가!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 이근대, 너를 사랑했던 시간 중에서 -







아, 아버지!

jardin de mi papa 라는 곡을 들으며
아버지께 닿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벌써, 열 네해가 되었네요.
마음이 지치고 아플 때
아버지를 부르면,
한결 마음이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졌어요.

괜찮아졌어요.
마음이 불안한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꿈이 너무 간절하기 때문이래요.

많이 그립습니다.
파파걸인 제가 홀로서기가 쉽지 않았던 거,
하늘에서 지켜봐주신 덕분에
'무엇이든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빈자리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내편이 없다는 건,
끈 떨어진 갓 신세라고 하지요?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던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타이틀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정말, 서글픔으로 가득했습니다.

살아계신 부모님을 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사람을 부러워해 본 적이 처음이었을 거에요, 아마.

바람불면 드러눕고,
비 그치면 일어서는 풀잎처럼
때로는 애쓰지 않고 그냥 마음 가는데로 살고 있습니다.

빈틈이 없는 사람은 실패에 두려움이 크고,
착하게만 사는 사람은 이용당하거나 짓밟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조금 허술하고, 실수해도
그 나름대로 삶이라는 말씀, 기억하고 있습니다.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가 나는 것처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체취가 풍겨져 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입니다.

마음에 구름 한 점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마음에 눈물 한 방울 품지 않고 사는 사람 어디 있나요?

지위가 높은 사람도
무너질 듯 눈물 흘릴 때가 있고,
많은 걸 소유하고
드높은 명예를 얻었다 해도
걱정없이 사는 건 아닐겁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그렇게 흔들리고 아파하며 살아가더군요.

시간은 저를 기다려 주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려 준비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제 생애,
최고로 뜨거웠던 분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생전, 어버지께서 일러주신 대로
잘 하고 있으니, 걱정마시라는 말씀 올립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with my hands on my heart, farewell...








오늘의 선곡은
최애하는 아버지에 대한 jardin de mi papa 라는 곡입니다.
원제는 '꽃밭에서' 입니다.

어효선(魚孝善) 작사, 권길상(權吉相) 작곡의 서정동요(抒情童謠)로
195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6.25전쟁이 휴전된 직후의 작품으로,
집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8분의 6박자 내림 마장조의 서정적 멜로디가 정답게 들리고,
그리움을 호소하는 애절한 노래로도 들립니다.
작사자, 작곡가의 초기 동요작품으로 오늘날에도 널리 애창되고 있습니다.
동요의 노랫말에서 시대 상황적인 어린이의 감정이 짙게 깔려 있고,
묵시적인 서정성이 표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한국출신 아르헨티나 이민자들로 구성된 듀오 '오리엔탱고'
전통 탱고 대신 대중성이 묻어나는 새로운 탱고음악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보며 꽃같이 살자 그랬죠.



orientango, Jardin De Mi Papa

덧글

  • 하로 2019/05/20 15:34 # 답글

    틀어놓고 멍..하니 듣고 있었네요 ㅎㅎ 선율이 참 좋네요 ^^
    익숙한 선율이라 더 그런걸까나 ㅎㅎ
  • zen 2019/05/20 16:27 #

    하로님,
    공감합니다... ^_^
    우리 귀에 익숙한 선율이라 울림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오린엔탱고의 Jardin de mi papa(꽃밭에서) 도 좋지만,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 (El Tango Para Violin)' 도 한번 들어 보시죠...
    꽃밭에서와 또 다르게, 자유로운 표현력에 탱고의 정열,
    그리고 우리의 정서를 담아 자신만의 탱고로 승화시킨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LP1_Wx9EE&list=RDfCLP1_Wx9EE&start_radio=1#t=7
  • zen 2019/05/20 16:15 #

    링크를 붙여넣기하려는데, 안되는군요... ㅎㅎ
  • 하로 2019/05/20 16:39 #

    탱고 답게 굉장히 역동적이네요 ㅎㅎ
    저는 잔잔한것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것도 좋네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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