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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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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동자 Monologue





솜씨좋은 대장장이를 보라.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그가 매번 똑같은 동작으로 망치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활쏘기로 마음을 갈고닦은 사람은 안다.
그의 망치질의 강도가 매순간 다르다는 것을.
대장장이의 손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는 강하게 칠 때와 부드럽게 칠 때를 정확히 구분한다.

풍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심히 보아 넘기는 사람에게 풍차의 날개는 항상 같은 속도로
같은 동작만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풍차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안다.
날개의 움직임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달려 있고,
그에 따라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화살은 공간을 뚫고 나아가려는 의지의 투영이다.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와 눈을 맞추십시오'




항공사에서 근무를 할 때
가장 많이 듣고,
하는 말이 바로 'Eye Contact 을 하세요.'다.
승객과의 눈을 마주 바라보는 일,
혹은 그렇게 하여 상대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일을 뜻한다.




바레인을 경유해서, '사우디 제다(Jeddah)' 에 갔을 때의 일이다.
대한항공의 승무원들은
 'Holiday Inn Jeddah Al Salam Hotel' 에서 숙박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매년 한 달간 축제의 기간을 갖는데,
바로,  라마단이다.
그 기간에 비행을 했었다.



라마단이란,
아랍어로 '더운 달' 이라는 의미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 알라로부터
코란을 받은 달을 기념하여 그 시기를 기점으로
육체를 정화하는 기간(참고 : 2019년의 기간은 5.7~ 6.5일)이다.
즉, 이슬람교의 축제라 불린다.

해가 떠있는 시간동안은 모두 금식을 하게 되며
성생활, 담배, 물, 죄를 짓는 행위등은 금지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환자, 어린이, 여행자, 임산부등이 그 대상이다.
그렇다고 죄를 지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아랍을 여행하는 외지인들도 이 기간만큼은
음주가무에 어느정도 선을 지키는 것이 좋다.

승무원이었던 나는
 팀원들과 제다 시내구경을 나가게 되었다.
나이드신 사무장님은 아버지처럼, 라마단 기간이므로
짧은 치마나 짧은 팬츠는 자제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 당시 내 나이는 고작,
스물 다섯으로 한창 꾸미고 싶을 나이였다.
외지에 가서,
 것도 일생에 한번 가볼까말까한
사우디 제다에 육신을 담고 있던 7박 8일이었다.
사무장님의 말씀에 순응하기로 하고, 원피스를 차려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대한항공 지상직에서 준비해 준 벤을 타고 우리는 시내로 출발을 했다.

가는 길은 말그대로, 그림엽서였다.
스위스와 또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제다역시 아랍권으로 비교적 관리가 잘된 마법의 세계였고
램프를 문지르면,
어딘가에서 알라딘의 지니가 나올 법한 도시였다


인적이 드문 가지런한 거리,
내가 좋아하는 회벽으로 마감한 건물들,
안성맞춤인 사막 기후,
확트인 경관등이 우리의 시야에서 단정하게 서 있었다.
길을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음미했다.
하늘은 청명했고, 공기는 명징했다.



갑자기,
중학생 시절,
선생님 몰래 돌려보던 소설책, '하이틴 로맨스' 가 떠올랐다.
남자분들은 잘 모르실 것이다.
한 100페이지 분량인데, 손바닥만한 문고형식인 도서로
여학생들에겐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고,
환상을 심어주기엔 하이틴 로맨스가 제격이었다.
제목만 봐도 참 설레었던 기억이 있다.

뭐 이런류의 제목들이었다. 
금지된 사랑,
불꽃같은 여자,
질투의 계절,
사랑의 아테네,
이별의 빨간 장미 등등....하하하

하이틴 로맨스를 읽을 때는 제목이나 결말은 중요치 않았다.
사랑의 삼각관계든 사각관계든 팽팽한 긴장감이 안타까웠지만
가슴 뛰는 작가의 서술이 설렘을 촉발시켰다.

'어떤 멋지고 로맨틱한 대사가 나올까,'
순간순간 몰입하다보면
낭만적인 키스신에 여학생들의 심장은 오그라들었다.

번역가가 얼마나 로맨틱하게 번역을 잘 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퀄리티도 높아간다.
모두 번역가의 소관인데 말이지...

요즘, 여학생들은 워낙 조숙해서
남학생들과의 자유로운 교제를 선호하다보니
사랑에 대한 환상과 그리움을 대신했던 하이틴 로맨스는
어쩜, 유치할 수도 있겠다.

여튼,
그 로맨스중심에는 아랍인의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인게 특징이었다.

제다 시내에는
그 소설책에 등장했던 마호가니빛깔의 근육질의 남자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우리 팀원들을 보며,
연신 '안녕'을 외쳤다.
외지인에 대한 예의였던 것일까...


그때였다.
니캅을 쓴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였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두 눈동자만 보였을 뿐.
여성이 드문 제다 시내거리였다.

순간,
그녀의 그 크고 깊은
검은 눈동자에 연민의 정이 들었던 건 왜 였을까?

나는 그녀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여지껏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검은 눈동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승객은 아니었지만,
외지에서 처음으로 만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웃었는지,
퉁명스럽게 그냥 지나쳤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니캅을 뒤집어 쓰고 있었으니...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외교적인 방법이지만.
힘찬 에너지와 생명력이 두 눈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눈은 마음의 창이다.
소통은 Eye Contact 으로부터 시작해보자.
것도 아주 멋지게...!





총기가 담긴 두 눈에 결기 따위가 있을쏘냐.
거룩한 뿔을 보아라.
너의 주변에도 분명히 존재할 터
제대로 그 모습을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아니다.
지금 너의 눈이 결기에 갇혀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눈을 떠라!







오늘은 소프라노,
Jessye Norman의 Je Te Veux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이라는 곡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삽입곡이기도 하죠.

에릭 사티(Erik Satie 1866 - 1925)의 곡에
앙리 파코리(Henry Pacory)의 시를 붙힌 프랑스 가곡으로
달달하고 감성적인, 아름다운 러브송입니다.
쿵짝짝, 쿵짝짝 왈츠풍으로 4분의 3박자가 우아하고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이곡은 에릭 사티가 1897년, 서른 한살에 작곡한 것으로
그가 경험한 생애 단 한 번의 폭풍같은 사랑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에릭 사티는 첫 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평생 간직한 채
홀로 지내다가 생을 마감한 작곡가로 유명하죠.
그야말로, 지독한 사랑을 한 예술가였습니다.

상대 연인은 바로, 그 유명한 수잔 발라동입니다.
에릭 사티의 뮤즈였군요. 아주 미인입니다.


생전의 수잔 발라동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여인입니다.
에릭 사티가 반할만하죠?

에릭 사티가 죽은 후,
그의 방에서 검은색 벨벳 정장과 80여 장의 똑같은 손수건,
한 장의 사진 그리고 27년 동안 수잔 발라동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한 묶음이 발견되었다고 하는군요.

또한 벽에는 두 점의 그림이 붙어 있었는데,
수잔 발라동이 그린 에릭 사티와
에릭 사티가 그린 수잔 발라동의 그림이 그의 방을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생전의 에릭 사티(Erik Satie) &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가사는 대단히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갈구하는 내용입니다.
선율이 어디선가 많이 익숙한 곡으로
여러 광고매체에서 CM송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고 하는군요.

감상하시죠...




j'ai compris ta detresse, cher amoureux.
나는 당신의 고뇌를 이해해요, 사랑하는 이여.

et je cede a es voeux, fais de moi ta maitresse,
그리고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따를거예요,
나를 당신의 연인으로 삼아주세요.

loin de nous la sagesse, de plus de trisstesse,
형명함은 우리에게서 멀고, 슬픔은 깊죠,

j'aspide a l'intant precieux ou nous serons heureux. je te veux
나는 소중한 순간을 갈망해요. 우리의 행복한 순간을. 나는 당신을 원해요.

 je n'ai pas de regrets.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et je n'ai qu'une envie. pres de toi, la, tout pres,
그리고 나의 바램은 단 한가지. 당신의 곁에, 오직 당신의 옆에서,

vivre toute ma vie, que mon coeur soit le tien,
나의 모든 생애를 보내는 것, 나의 심장은 당신의 것이 되고,

et ta levre la mienne, que ton corps soit le tien,
당신의 입술은 나의것이 되고, 당신의 몸의 나의 것이 되고,

et que toute ma chair soit tienne.
그리고 모든 나의 육신은 당신의 것이 될 것을.

je te veux, Oui, je vois dans tes yeux.
나는 당신을 원해요. 그래요. 나는 당신의 두 눈속에서 봐요.

la divine promesse, que ton coeur amoureux
신성한 약속을. 사랑에 빠진 당신의 심장은

vient chercher ma caresse. enlaces pour toujours
나의 애무를 구하러 올거에요. 영원히 서로 얽혀,

brules des memes flammes, dans des reves d'amours
같은 불길 속에서 불태워져, 사랑의 꿈 속에서

nous echangerongs nos deux ames... etc...
우리는 두 영혼을 나눌거에요.







Jessye Norman, Je Te V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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