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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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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人 Monologue







그녀가 말한다.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사는 모양새로 살게 될 거라고,
사막에 내 버려진 육체를 가지고
그와 함께,
마음 속에는,
단 한번의 키스와,
단 한마디의 말과,
단 한 조각 시선을 하나의 오롯한 사랑을 떠안는 기억으로 품고서.

- 마르그리트 뒤라스, 파란 눈 검은 머리 중에서 -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내 이해의 폭을 넘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내 육신의 가장 은밀한 곳에 숨어 있어서
나는 모태에서 막 떨어져 나온 갓난아이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 이야기는 침묵이 시작되는 세계의 문턱에 있다...
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중에서 -





1992년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개봉을 한 영화, '연인'.
간단한 시놉시스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장 자크 아노 감독,
제인 마치가 연기한 15세 반 소녀의 '나' 와
30대 대부호인 중국인 '남자', 양가휘 주연의 관능적이고 노골적인 
두 연인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





1929년 프랑스 식민지령 베트남 사이공(현 호치민) 그 외곽.
영화는 프랑스 소녀인 여주인공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나는 열여덟에 이미 어른이 되었다' 라는 나레이션으로.


세상살이에 조숙하고 위악을 떨만큼 자신을 혐오하는 소녀는
부유한 중국인 남성에게 육체를 허락하고 쾌락을 경험하게 된다.


소녀를 사랑한 중국 남자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아편으로 지내던 차,
그를 찾아온 소녀에게 말한다.
"난 이제껏 고통이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널 만난 후 너무나 고통스러워" 라고.
소녀는 남자에게 결혼 후, 다시 이곳에서 보자고 말한다.


남자는 결혼을 한다.
소녀는 남자를 기다리지만, 남자는 그들만의 공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소녀를 사랑하는 그의 방식이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서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하는
소녀와 가족들이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 둔 남자.


프랑스로 떠나는 배를 탄 소녀,
저 멀리 부둣가 한쪽에 서 있는 남자의 차를 발견하게 되고
뒷자석에 앉아 있는 남자의 실루엣을 보게 된다.

소녀는 그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오열을 한다.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엄마가 되고,
작가가 되며,
노년이 된 후, 남자에게서 연락을 받게 된다.



그는 말한다.

"예전에 그랬듯이 지금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고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야" 라고.





시작의 배에서 끝을 맺다...





남자의 순애보란 어떤 것일까?
함께하지 못하는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사장면때문에 외설논란이 있었던 영화였지만,
나이가 들고 중년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깊은 여운으로 남아,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는 영화,
'연인'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와 큰 차이없는 베트남의 더위와 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가브리엘 야레드의 몽환적 음악과
소녀의 곤궁한 처지를 한 눈에 드러내는 의상(꾸민듯 꾸미지 않은 코디)부터
각종 공간의 디테일까지 영상에 공을 많이 들인 작품...
미술감독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영화.





원작자,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어땠을까?
자전적 소설인만큼 창작의 고통이라든가,
초고와 퇴고의 반복,
그녀의 자전적 성격이 많이 가미된 영화, '연인'이...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프랑스 작가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사이공에서 태어났고 당시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소설, '연인'의 바탕이 되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로,
누보 로망 (실험적 소설 : Nouveau Roman) 작가로 분류된다.



당시,
소녀와 남자의 애매한 극적인 관계는
인종과 인종의 결혼이 불허할 때 이를테면,
동양인과 서양인,
중국인과 프랑스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변방에서 그들은 나누었다.
농도짙은 정사를.

서로가 죽어가기 시작했고, 또한 새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말했다.

'사랑받는 불안
통증은 상처의 살아있는 감정' 이라고.



당시의 제도를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단념할 수 없는 한 인간의 극적인 노출, 아니 모든 것이 숨겨진 영화다.





Chopin : Waltz No,9 in A Flat. Op.69 No.1 - "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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