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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포토로그 공지




완전한 소멸 Monologue







'친숙한 사람들끼리 식사를 할 때는 현명한 사람보다는 재미있는 사람을,
잠자리에 들 때에는 훌륭한 여인보다는 아름답고 예쁜 여인을,
토론할 때는 정직하지 않더라도 유능한 사람을 택하라'

-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










이 얼마나 희극적이고 현학적인 허세인가...



나는
나 자신과,
내 생각과,
내 운명에 대한 부질없는 걱정에 싫증이 났다.
걱정은 실천을 방해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누구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비일상적인 순간과 조우하기를 기대한다.
예를들면, 일탈같은 거.





난,
어릴 적부터 싫증을 잘 내는 아이였다.

맞다,
'테리와 해적들' 에 나오는 드래곤 레이디.
무자비하고 사악한 힘을 행사하는 글래머스한 여자(가슴이 뚱뚱한 여자)!

당신이 나를 분노로 실망시켰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내가 '좆같은 년'이라고 불릴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지난 15년 동안, 내 사주팔자 속의 큰 재물을
당신은 선심쓰듯, 물 쓰듯 다 써 버렸다.
바로 내 친구와 통화 내용을 토대로 한 '맞춤식(맞춤형)'이란 용어로.
삼성의 'bespoke(비스포크)' 도 그 일환일테고...

조모께서 어릴 적부터 늘 하신 말씀이 있다.
"너는 너의 생년월일을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당신같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모께서는 미리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당신이 말한 이 한 마디를 난 오랬동안 기억하고 있다.
"네이버, 너희도 챙길 건 챙겨라"
기억 안 난다고는 하지 않겠지??

난, 기억정도가 아니라, 뇌리에 박혀있다.
부회장은 그 나마 선하고, 인간적이었던 거였다.

나 때문에 새로운 레이블의 전자제품이 탄생했으니, 그 고마움의 표시로
내 사진을 봤다고 말했고,
당신이 대뜸, "다르다" 라고 잘라 말했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겠지...
온 세상이 '맞춤식(맞춤형)' 이라는 용어로 도배가 되었으니, 궁금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당신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며, 방해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국가를 먹여살리는 사람들끼리의 사적인 대화도 당신에게 검열을 받아야 하나??

난, 좋은 사람들에겐 한 없이 좋은 여자지만,
사악한 인간에겐 똑같이 사악한 여자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몰랐구나!

그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하는데.
게임의 규칙정도는 알고 있었어야지.

그리고 더 이상 "미안하다" 라는 말은 지겨우니까 생략하자.
당신 갈 길 가면 된다는 거.
나는 비겁한 거 질색이고,
변명은 나를 화나게 만들거든.

'당신' 이라고 호칭을 한 건,
청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고,
'호밀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다던 당신의 꿈,
그러니까 아이들을 지켜주는 영원한 동화작가로서의 사명감(?)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기록했다.







돌아가서,
나는 싫증을 잘 내는 아이로,
고쳐졌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정화하고
내가 범했던 과도한 몰입을 뉘우치고 싶었다.
순전한 이기심에서 나는
완전히 사심없는 상태에 도달해 보기로 마음 먹었고.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원래 상태대로 되돌리려고
의식적으로 애쓰면서 나 자신을 생각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생각해 볼 참이었다.
예를들면, 성인이 된 내 아들을 의미한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날씨나 행성의 움직임,
매일 오후 3시쯤 창문으로 흘러 들러오는 햇빛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지쳤는지도...

내가 보였던 행동은
그로테스크하고 우둔하고 미친 짓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의
몽환과 건조함의 결합적인 뇌손상같은 거.

갱년기가 되면 집중력 장애도 판단을 무디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라치면, 시간마다 몸을 뒤척여 줘야 했다.
그러니 도서와 잘 안 친하게 되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인 이 괴로움.



이 광란의 시간들이 지나고,
나는 생각 깊숙히 스며드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게 바로 인간의 외로움이야.'
'이게 바로 아무도 없다는 거야.'

물론 외로움은 상대적인 거다.
자신 안에서 샘솟는 것 같지만
관계에서 유발된 외로움이 더 심각하게 작용한다.

관계에서 유발된 분노나 대립의 상황에서 이해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진솔해 질 때 외로움은 사라진다.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더 혼자가 된다.
자기 통제와 이해를 받기 바라는 마음이 외로움을 불러들이는 법이니까.



 나는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지극히 솔직하게, 더 없이 객관적으로 이 말을 떠올렸다.



인과율은 이제 더 이상 우주를 지배하는 재판관이 아니다.
아래가 위고, 마지막이 처음이고, 끝이 시작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그의 똥 무더기에서 소생했고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것은 가장 간단한 진실,
즉 현실은 변화무쌍하며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 뿐이라는 사실.



과거와의 갑작스러운 만남,
낯선 사람이 우연히 보이는 미소,
어느 주어진 시간에 보도블럭을 비추는 햇살의 각도...

나는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노트북으로 전해지는 목소리는 진짜 목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그런 허상에 익숙해져 있지만
잠시만 거기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면,
컴퓨터는 왜곡과 환상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건 유령들 사이의 의사소통,
 육체가 없는 정신의 말뿐인 분비물이다.



'모놀로그' 라는 독백을 기록하면서,
나는 나 하나만의 극장에서 관객이자 배우였다.

일종의 보호막, 나를 삶의 충격으로부터
막아주는 제 2의 피부같은 것이었다.

저변에 깔린 어조가 하나같이,
스파이크 존스가 쇼펜하우어를 만나는 격처럼
자기연민에 빠진 감상주의자의 위로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나는 나 자신의 절단 과정을 따라갈 수 있었고
한 조각 한 조각씩,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 봐야만 했다.



50대 중반이 되고보니, 마음만 급해진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12월이라는 종착역.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 온 지금
지나간 시간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나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은 모놀로그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은 삶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오늘도 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추신 I,

나는,

'인간은 누구도 두 번 죽지 않으니까.
이 코미디는 곧 끝날 거고
나는 이런 일을 다시는 겪지 않을 거야...'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추신 II,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고
달은 미래다.



크러쉬 - Beautiful



덧글

  • 하로 2021/12/31 21:17 # 답글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zen 2022/01/04 14:57 #

    하로님,

    2021년에 고생이 많으셨지요??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의료진들께서 팔자에 없는 생고생을 하고 계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런 한해가 되길 바라며....

    하로님,
    임인년에는 사랑하는 연인도 만나시고,
    하시고자 하는 일이 모두 성취하시는 그런 호랑이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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